복잡한 기분으로 얼룩덜룩한 하루다.
대가 없이 베풀었지만 만에 하나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다가 아무런 대가가 없는 걸 확인하고 실망을 느끼고 깊은 무기력에 빠졌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중간보다 조금 더 좋은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고 부담감과 불안감이 함께 밀려오는 소식이다.
수시로 요동치는 머리와 가슴을 어떤 감정으로 마음을 다 잡아야 할지 갈피 잡을 수 없어 힘들었다.
게다가 이걸 주변사람에게 말할지 말지도 정확한 판단이 서질 않을 정도의 혼란스러움까지 추가되었다.
그래서 바로 차를 마셨다.
최근 좋아하게된 다즐링을 마실까 하다 이 요동치는 기분과 감정에는 좋은 기분마저 부담될 것 같아
입에 맞지 않아 한 모금마다 신중하게 마시게 되는 얼그레이를 선택했다.
잠시지만 효과가 있었다.
우선 버릇처럼 차와 차를 찍은 사진에만 집중하니 머릿속이 맑아졌다. 상쾌해졌다기보다는 잠시 빈 공간으로 바꾼 느낌이다.
걱정과 우려가 없는 상태가 좋았다.
티타임이 끝나자마자 아까와 같은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다 마신 찻잔을 바라보며 감정을 하나씩 더듬어봤다.
오후 내내 나를 괴롭힌 감정들을 모두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힘든 이유는 알 수 있었다.
노력 없는 보상, 요행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고질병이다.
기대했던 이유도 나는 아무런 노력도 안 하고 상대방에게 도움 될 사람도 아니지만 얄팍한 선물 하나로 어찌어찌 비벼볼 요량이었다.
그게 통하지 않자 우울했던 것이다.
그리고 곧 들려온 부담감과 불안감을 가진 반가운 소식 또한 내가 만반의 준비를 하면 불안할 이유가 없는 것인데 준비, 노력도 없이 운이 따라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운은 내가 어찔할 수 없는 영역인데 준비도 없이 운을 바라고 있으니 진정할 수 없는 건 당연한 것이다.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새해목표가 '요행을 바라지 말자'였다.
운에 맡기면 뭐든지 연약해지고 나빠진다. 왜냐면 앞에 쓴 것 처럼 운을 바라고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준비, 노력은 자신을 다지는 일이다. 이것을 전혀 안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적당한 땅에 깊게 뿌리내려 천년을 살아갈 은행나무가 될 동안 물 웅덩이만 한 인조연못에 떠있는 부레옥잠 밖에 못된다.
햇살과 물양이 모두 운에 결정되기때문에 까딱하면 말라비틀어져지는 연약한 수생식물이다.
요행을 바라는 일이 이렇게나 위험한 것임을 진작에 알고 있음에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도 살펴보고 정리하고 인정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정리도 됐다.
정리하고 결론을 내봤다.
아마 내가 준비할게 많지 않거나, 내가 무얼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어차피 지금 여기서 내가 더 할 수 있는건 없고 그저 어떤 결과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인드컨트롤만 필요하다.
나는 너무 절박하거나 착해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차를 마시며 나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움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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