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은 스콘 생지를 다시 꺼내봤다.
그동안 내가 조리법을 잘못본건아니였나 싶어서 조리법도 다시한번 봤다. 그리고 정독한 조리법으로 구워봤지만 스콘은 맛이없다. 겉은 타고 속은 안익는다. 풍미도 없고 식감도 버석하니 별로다. 총 4개 중 3개를 소비했고 1개가 남았다. 이 1개는 마음의 짐이 됐다. 빨리 먹어치우기엔 실패한 스콘에 질려버려 먹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진짜 맛있는 스콘을 먹고싶다는 열망이 가득찬다. 그렇다고 냉동실에 그대로 유기하기엔 냉동실을 열때마다 저 맛없는 스콘, 돈 아까운 스콘, 실망스러운 스콘 등등 온갖 짜증이 묻은 비방을 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버릴 순 없다. 약간 존엄이랄까?
비록 실패한 스콘이지만 크림티를 완성해주니깐 봐준다. 스콘 한 조각이 뭐라고 이렇게 귀여운 이름이 붙는걸까
실패한 스콘같은 삶은 어떨까 나 자체로는 환영받지 못하고 심지어 미움을 받을 수 있는데 내가 있어야지만 전체가 완성되는 삶. 대충 짐작해보자면 누군가는 버석하고 맛 없는 날 너무 싫어해서 외면하고나 볼때마다 짜증을 내고 비방과 험담을 하는데 또 같은 공간에 있는 누군가는 너로 인해 전체가 완성되니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하니 혼란스러울 것 같다. 게다가 언제 맛있는 스콘이 나타나 본인보다 훨씬 멋지고 풍성한 크림티를 완성할지 모르는 노심초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싶다. 본인도 실패한 스콘으로 살지 몰랐을테지 그리고 한편으론 자신이 아니라 에어프라이기의 문제라고 억울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크림티를 완성하는 주축이여도 행복하지 않은 삶을 확실하다.
홍차 티백이 점점 떨어져가는데 잎차로 살지 그냥 티백으로 살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 잎차로 먹는게 카페인 흡수가 덜하고 통도 예뻐서 사고 싶은데 거름망을 따로 써야하는 번거로움이 싫다. 그럼 또 거기에 맞춰 잎차를 우리는 티팟같은걸 사고 싶을 것 같고 그게 또 조금 귀찮다. 홍차 티백이 다 떨어지기 전에 사서 기분이나 디저트에 따라 골라마시고 싶은데 결정을 빠르게 못하겠다. 조금만 더 고민해보자.
이렇게 실패한 스콘으로 어떠한 인생을 상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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