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기록.

Tea기록. 그림을 그리며 차를 마시게 됐다.

리야기 2024. 11. 12. 23:33

마음에 쏙 드는 카드를 발견했다.
포스터로 내 방에 붙히면 예쁠 것 같은데 작은사이즈 카드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다른걸 골라볼까 하다가 갑자기 따라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꺼내들었다. 아주 예전에 무슨 이유로 샀는지 기억도 안나는 A3사이즈 스케치북이다. 한밤 중에 시작된 스케치와 색칠이 너무 재밌었다. 바로 완성할 기세였는데 지우개가 없어 중단했다. 그리고 아침 밝은 곳에서 전날 밤 그린 그림을 보니 색연필 칠이 예쁘지 않았다. 고민을 하다 14년이 넘은 물감이 담긴 파레트를 또 꺼내들었다. 급하게 화장용으로 산 미술용 붓을 찾아 처음부터 다시 그렸다. 확실히 색감이 색연필보다 쨍하고 예쁘다. 큰 기술 없이도 칠할 수 있다. 심혈을 기울이다보니 입이 심심해져 홍차를 우렸다.
 

차는 어느때와 같이 '테일러 오브 헤로게이트 요크셔 레드 티'다. 새로 산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티'가 있지만 티포원 개시때 마시려고 아껴두고 있다. 
 

'레드' 티를 마시며 빨간색 하트들을 줄기차게 그리고 있으니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아마 따뜻한 액체가 몸을 뎁히고 카페인이 정신을 다스리고 물감을 칠하며 영혼을 잠시 내려놓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림에는 소질도 흥미도 없다. 그림때문에 학교 다닐 때 꽤나 애먹었던 기억이 많아 더더욱 담을 쌓고 지냈다. 그렇지만 그림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림은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질투도 없다. 그냥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고 대단해보인다. 거기에 자신의 철학과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리고 소개하는 작가들은 존경스럽다.
 
여튼 모작이지만 그림을 그리며 홍차 한 잔을 마시니 기분이 좋았다. 내가 못하는 행위를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곁들여서 하니 즐거웠다. 이 경험을 통해서 하기 싫은 일이나 힘든 일을 홍차 한 잔으로 희석해 해낼 수 있는 일, 힘들지 않은 일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