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기록.

Tea기록. 기필코 차를 마셨다.

리야기 2024. 11. 11. 23:25

나에게 차 없는 하루는 공허함과 갈증을 느끼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리해서 홍차를 우렸다.
원래는 식사 후 적어도 3시간 정도 지난 배부른 느낌이 없을때 홍차를 마시는데 식사 후 설거지를 마치고 바로 홍차 우릴 물을 끓였다. 사실은 기상하자마자 마시고 싶었지만 위가 약한 편이라 빈 속에 카페인과 우유가 들어가면 탈날게 분명하기 때문에 식사를 끝날때까지 참았다. 나에게 홍차는 여유를 기반으로 약간의 허기짐 또는 입에 심심함을 달래는 목적인데 소화가 되지 않고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는 홍차는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나마 스트레이트는 입안이 깔끔해져서 좀 덜했는데 우유를 넣은 뒤에는 마시면서 쉼이 필요했다. 홍차는 쉬려고 마시는 건데 홍차를 먹으며 쉬고싶다니 이 상황이 괜히 웃겼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쉬면서 마신 홍차는 결국 마지막에는 정수기 정수 온도보다 차가운 지경까지 식었다.
 


완전히 식은 홍차는 생각보다 먹을만했다. 차가 진하게 우려서 그런지 식은 우유 특유의 비린내도 나지 않고 구수한 홍차향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녹진해진 크리미한 질감만 조금 더 해졌다.
 

오전에 홍차를 쉬면서 마실때 조금 무료해서 식탁에 있는 마늘 손질을 하면서 마셨는데 마늘향이 강력해서 홍차향을 방해했다. 입안에 홍차를 머금어도 코로 뾰족한 마늘향이 깊게 박히는 느낌이라 홍차를 즐길 수 없었다. 
 
홍차는 맛보다 향이 우선이다를 내가 먼저 알게됐다.
 
전날 밤 홍차를 마시겠다 다짐하면서 잠들었더니 홍차 한 잔을 마시기만 했는데 목표를 이룬 것 같은 성취감이 들었다.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챙겨 먹을 땐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라 신기했다. 결핍이 도움되는 경우를 몸소 느꼈다. 나에게 결핍이란 항상 조심하고 경계하는 것이다. 내게 어떤 결핍이 있다는걸 남들이 알면 치부를 들키는 것 같고 발가벗겨진 기분일 것 같아 최선을 다해 결핍이 없는 척 꽁꽁싸매고 지낸다. 없는 척하고 싸매고 덮어놓고 지내다 보면 스스로 망각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남들에게는 보이고 나 자신은 놓치는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 이런 불상사를 한두번 겪은 뒤에 결핍이 더욱 어려워졌다. 더욱 외면하게 됐다. 그러다 홍차로 인해 결핍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받아드리는 경험을 했다. 
 
이렇게 홍차가 더욱 좋아졌고 앞으로도 기필코 홍차를 마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