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직전이다. 약간씩 올라오는 열감, 뻐근한 어깨, 온몸에 미미한 근육통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렇지만 밥먹고 약먹고 자야한다. 안그럼 몸살로 넘어간다. 이렇게 아플땐 순댓국을 먹는다. 예전부터 몸이 좀 피곤하다 싶으면 순댓국, 돈코츠라멘 등 돼지국물이 먹고 싶다. 어쩔땐 돼지국물만 먹고도 회복할때도 있다. 몸이 뜨끈한 돼지국물만 필요한 상태라 홍차는 필요없다. 사실 차려먹을 기운이 없다.
나는 차의 맛과 향도 좋지만 티타임을 준비하는 시간이 더 좋다. 물을 끓이면서 습해지는 공기속에서 티백을 꺼내고 디저트 올릴 접시를 고르고 조명색을 맞추면서 설렌다. 그리고 차가 우려지면서 셋팅한 티타임 테이블을 보면서 사진을 찍을 때 너무 재밌다. 물론 기능적인 목적으로 카페인이 부족하거나 식사 후 입이 텁텁해서 개운한 홍차 한 잔이 필요할때도 있다.
몸살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순댓국과 약을 챙겨먹고 긴 낮잠을 잤다. 약때문인지 열을 잡혔고 피로가 풀렸는지 근육통도 덜 느껴진다. 몸이 조금 괜찮아지니 두꺼운 머그컵에 가득채워 우린 뜨끈한 홍차 한 잔이 마시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 나의 몸상태는 차가 필요없다. 잠을 잘자야 완전히 회복하는데 이 늦은 시간에 카페인이 들어가면 잠을 못잘테고 그러면 다시 도루묵이다.
몸상태에 따라 차를 먹지 말아야한다니 홍차도 음식이구나 싶다. 커피같은 단순한 기호 식품이 아니다. 커피는 한참 없으면 하루를 시작할 수 없는 중독일때도 아프면 먹지 않았다. 아플땐 먹고싶지 않았다. 참는게 아니였다. 그치만 차는 먹고싶은데 참아야한다. 참는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난다. 내가 가장 못하는게 절제다. 모든 절제하는게 제일 어렵다.
사실 이 글을 쓰고 못참고 차를 마실 수도 있다. 그럼 뭐 수면부족으로 평일 시작을 엉망진창으로 하고 결국 몸살에 걸려 꽤나 고생할거다. 차 한잔의 댓가가 엉망진창 평일의 시작과 몸살획득이라면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마시는 홍차 한 잔은 나를 따뜻하게 해주고 몸상태가 엉망이라 속상한 나를 달래주고 아직 뻐근한 어깨에 힘을 빼줄 것이다. 분명히. 그런데 평일은 아직 시작안했고 몸살도 올지말지 확실하지 않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 경력으로 가늠한 것이다. 가늠한 것으로 확실한 행복을 포기하는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차를 마실까 고민된다.
그런데 또 내 인생 경력으로 가늠한 데이터는 꽤나 정확하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인생이니깐 차 한잔이 주는 행복은 짧으면 30분 길어야 50분정도인데 그로인해 잃어야 하는 댓가는 짧아야 24시간 길면 168시간이다. 몸살은 잘못걸리면 일주일은 꼬박 고생하기 때문이다. 차를 마실까 고민된다.
이렇게 차 한잔 행복를 위해 치러야하는 댓가의 수지타산이 안맞아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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