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기록.

Tea기록. 차가 필요없는 하루를 보내게 됐다.

리야기 2024. 11. 17. 20:38

몸살 직전이다. 약간씩 올라오는 열감, 뻐근한 어깨, 온몸에 미미한 근육통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렇지만 밥먹고 약먹고 자야한다. 안그럼 몸살로 넘어간다. 이렇게 아플땐 순댓국을 먹는다. 예전부터 몸이 좀 피곤하다 싶으면 순댓국, 돈코츠라멘 등 돼지국물이 먹고 싶다. 어쩔땐 돼지국물만 먹고도 회복할때도 있다. 몸이 뜨끈한 돼지국물만 필요한 상태라 홍차는 필요없다. 사실 차려먹을 기운이 없다.
 

호텔파리칠 커피잔에 홍차먹을 생각에 신났었는데

나는 차의 맛과 향도 좋지만 티타임을 준비하는 시간이 더 좋다. 물을 끓이면서 습해지는 공기속에서 티백을 꺼내고 디저트 올릴 접시를 고르고 조명색을 맞추면서 설렌다. 그리고 차가 우려지면서 셋팅한 티타임 테이블을 보면서 사진을 찍을 때 너무 재밌다. 물론 기능적인 목적으로 카페인이 부족하거나 식사 후 입이 텁텁해서 개운한 홍차 한 잔이 필요할때도 있다.
 
몸살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순댓국과 약을 챙겨먹고 긴 낮잠을 잤다. 약때문인지 열을 잡혔고 피로가 풀렸는지 근육통도 덜 느껴진다. 몸이 조금 괜찮아지니 두꺼운 머그컵에 가득채워 우린 뜨끈한 홍차 한 잔이 마시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 나의 몸상태는 차가 필요없다. 잠을 잘자야 완전히 회복하는데 이 늦은 시간에 카페인이 들어가면 잠을 못잘테고 그러면 다시 도루묵이다.
 

그림의 떡.

몸상태에 따라 차를 먹지 말아야한다니 홍차도 음식이구나 싶다. 커피같은 단순한 기호 식품이 아니다. 커피는 한참 없으면 하루를 시작할 수 없는 중독일때도 아프면 먹지 않았다. 아플땐 먹고싶지 않았다. 참는게 아니였다. 그치만 차는 먹고싶은데 참아야한다. 참는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난다. 내가 가장 못하는게 절제다. 모든 절제하는게 제일 어렵다.
 
사실 이 글을 쓰고 못참고 차를 마실 수도 있다. 그럼 뭐 수면부족으로 평일 시작을 엉망진창으로 하고 결국 몸살에 걸려 꽤나 고생할거다. 차 한잔의 댓가가 엉망진창 평일의 시작과 몸살획득이라면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마시는 홍차 한 잔은 나를 따뜻하게 해주고 몸상태가 엉망이라 속상한 나를 달래주고 아직 뻐근한 어깨에 힘을 빼줄 것이다. 분명히. 그런데 평일은 아직 시작안했고 몸살도 올지말지 확실하지 않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 경력으로 가늠한 것이다. 가늠한 것으로 확실한 행복을 포기하는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차를 마실까 고민된다.
 

그런데 또 내 인생 경력으로 가늠한 데이터는 꽤나 정확하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인생이니깐 차 한잔이 주는 행복은 짧으면 30분 길어야 50분정도인데 그로인해 잃어야 하는 댓가는 짧아야 24시간 길면 168시간이다. 몸살은 잘못걸리면 일주일은 꼬박 고생하기 때문이다. 차를 마실까 고민된다.
 
이렇게 차 한잔 행복를 위해 치러야하는 댓가의 수지타산이 안맞아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