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기록.

Tea기록. 밤 카스타드와 차를 마시게 됐다.(+ 로미오와 줄리엣 독후감)

리야기 2024. 11. 25. 23:10

롯데 카스타드 부여 알밤 맛을 샀다.
홍차와 같이 먹으면 아니 같이 셋팅하면 귀여울 것 같아서 샀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귀엽다. 근데 맛은 크림이 너무 달아서 자꾸 홍차 맛을 잃어버린다. 은은하게 감도는 홍차의 쌉싸름함을 밤 크림이 싹 거둬간다. 안그래도 내 입에 약간 싱거운 '테일러 오브 헤로게이트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를 페어링했더니 차 맛이 더 안느껴진다. 그래도 간단한 디저트가 곁들여진 티타임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냥 차를 호로록 마시는 시간이 너무 좋다. 예쁘게 찍은 사진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정말 스트레스가 풀린다. 애쓰지 않아도 유튜브 또는 인스타그램을 보지 않는다. 이럼 말 다했다.
 

매일 홍차 마시는 영상과 사진을 올리려고 하다보니 찻잔이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비싸지 않아도 그냥 내눈에 예쁘고 귀여운걸 사고싶다. 그런데 또 보면 하나하나 꺼내기 귀찮은건 잘 쓰지 않는다. 르크루제 티포원만 해도 꺼내니깐 잘 사용하는데 박스를 열고 닫는게 너무 번거로워서 한동안 꺼내지 않았다. 찻잔을 더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되는 지점이다. 사도 문제 안사도 문제 사도 행복 안사도 행복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게 있다. 그저 내가 조금 더 마음이 가는걸 선택하면 된다. 지금 나는 내가 정확하게 무엇을 조금 더 원하는지 모를 뿐이다.

이럴 땐 시간이 답이다. 시간을 두고 내가 하던대로 하다보면 어느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명확해진다. 그때 그걸 채우면 된다. 예를 들면 그동안 올린 나의 영상과 사진 피드들을 모아봤을때 다양하지 않은 찻잔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면 찻잔을 더 사야한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나의 취향과 다르게 인생에 적용되는건 어쩔 수 없다. 옛 선조들은 정말 많은 걸 깨닫고 그걸 알려준다.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 읽었다. 일주일이 걸렸다. 사실 집중력만 있었으면 훨씬 더 빨리 읽었을것이다. 여튼 그저 스토리만 알고있던 세계적인 러브스토리를 읽고나니 괜시리 뿌듯한 마음이다. 
로미오를 보고 짜증이 났다. 묻는 말에 대답도 안하고 굉장히 감성적인 말들을 늘어놓는데 진짜 앞에 있으면 표정관리 못했을 것 같다. 그 놈의 사랑 타령, 달빛에 인사, 설레발 정말 정신없는 사람이나 사랑을 위해 많은 고뇌를 하고 대범한 선택을 한다. 줄리엣은 13살이라 어리다는 걸 알고있었지만 생각보다 똑똑해보인다. 유모가 횡설수설하거나 쓸데없는 말을 할때 다그치지 않고 살살 굴려내고 아버지, 어머니를 속이며 자신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 누군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사랑보다 야망을 중시했으면 뭐라도 했을 여성이다.
그리고 읽는 내내 나를 힐링시켜줬던 로런스 수사. 요점정리의 왕이다. 지금 태어났으면 일타강사로 이름 꽤나 날렸을 듯하다. 로미오에게 쓸데없는 소리하지말라는 둥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해주는 로런스 수사가 없었다면 중도하차 했을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대단히 감정적이고 현실 집중적인데 유일하게 미래를 생각한 사람이다. 군주도 그렇고 파리스도 몬테규부부도 그렇고 모두 누군가가 죽은 뒤 그 전말을 듣기위해 나타나고 대부분 사람들은 몬테규가와 캐플릿가의 현재 갈등만 생각하는데 신부님만 유일하게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이 두 가문을 화해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선구안이 있는 사람이다. 
희곡을 읽기전에는 웹에 돌아다니는 정보때문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난기간은 3일, 줄리엣은 13살) 미성숙한 연인의 불나방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서 쓴것처럼 줄리엣은 생각보다 똑부러진 여성이고 로미오는 금사빠에 감성적이긴 하나 자신의 사랑에 진지하게 임한다. 운명이 갈라놓은 불운한 연인이 맞다. 
그리고 작품해설을 봤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핵심주제는 사랑과 미움의 싸움이라고 한다. 사랑이 시작될때마다 싸움이 시작되고 사랑 나타날때 죽음도 나타난다. 이 해석은 나로써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라 굉장히 흥미로웠다.